21 MAR 2022

To Act



2022년 3월 21일 오후 3:23

Yulim Song <yulimsong@gmail.com>

받는사람: <n---------@gmail.com>



김ㅇㅇ 선생님께


안녕하세요, 메일로 다시 한 번 인사 드려요.


벌써 2022년이네요. ㅇㅇ 갤러리를 통해 인연을 맺었던 것이 엊그제 일 같은데 그동안 많은 시간이 흘렀네요.


어떻게 지내고 계시나요?


저는 소소하게 작업하는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작업과 관련하여 협조(?) 혹은 부탁을 드리고자 이렇게 메일 드립니다.



2022년을 기점으로 작업의 방향을 조금 다르게 가져가 보고자 합니다.


그래서 몇몇 지인분들, 미술을 통해 인연을 맺은 분들께 '작은 선물'을 드리는 프로젝트형 작업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소소한 인사 혹은 안부 전하기라고 할 수 있는 이 작업은 간단히 말해서 이메일, 편지, 문자 등으로 선물을 받으실 분들에게 의견을 구하고 그에 따라 각각의 작업을 제작하여 우편으로 선물을 전달하는 작업입니다.


좀 더 상세한 과정은 아래와 같습니다.

특별히 애착이 가는 단어나 짧은 텍스트 혹은 이미지 등을 알려주시면 자수 혹은 뜨개질 등의 방법으로 (우편 발송 가능한) 작은 크기의 부드러운 재질로 된 작업을 완성하고 그것을 우편으로 전달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들에서 파생된 메일, 이미지, 글 등을 기록으로 남겨서 웹페이지에 모아 보여주는 것으로 마무리합니다.


2020년과 2021년에 걸쳐 '선물'이라는 느슨한 틀을 가지고 작업을 진행했었는데,

(2020년 '우리 이발소 그림 선물' http://ourbarber.shop/

2021년 '작은 선물' https://alittlegift2021.blogspot.com/)

올해 조금은 가볍게 그러면서도 더 진지하게 그 '선물'의 의미들을 가지고 작업을 해 보고자 이런 프로젝트를 계획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작업을 해 나가는 사람으로서 좀 더 일상에 가까운 그러면서도 무의미하지 않은 소소한 것들에 집중한 작품을 하고자 합니다.

전시 공간을 통하지 않은 소통의 창을 실험해 보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작업을 위해 필요한 정보는 아래와 같습니다.

1. 본인에게 의미가 있는 단어, 짧은 글 혹은 이미지

2. 선물을 받을 주소, 연락처


관심이 있으시면 답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송유림 드림




2022년 3월 22일 오후 8:47

----- Kim <n---------@gmail.com>

받는사람: Yulim Song <yulimsong@gmail.com>



작가님, 안녕하세요.


정말 오랜만에 인사드려요.

보내주신 내용 잘 받았습니다. 듣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네요. 의미있는 프로젝트인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지금 호주에 거주하고있는데 참여가 가능한지 궁금합니다.

우편발송이 해외까지도 가능한지 해서요. ^^;

그럼 연락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김ㅇㅇ 드림




2022년 3월 22일 오후 8:58

Yulim Song <yulimsong@gmail.com>

받는사람: ----- Kim <n---------@gmail.com>



긍정적인 의견 감사드려요.

이렇게 메일로나마 연락을 나눌 수 있어 반갑고 기쁩니다.

작업을 통해 연결될 수 있으면 어떤 형식이든 어느 곳이든 가능합니다.

전지구를 대상으로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기에 우편이 닿는 곳이면 어디든 좋습니다.

그러니 편하게 의견 주시고 연락 주세요.


송유림 드림




2022년 3월 28일 오후 6:05

----- Kim <n---------@gmail.com>

받는사람: Yulim Song <yulimsong@gmail.com>



작가님,

작가님의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합니다.

제게 의미 있는 텍스트는 'a sunburnt country'와 'wide brown land'인데 부연 설명이 필요해서 내용을 좀 적어보았습니다.




호주에 온 이후 새로운 나라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고 어려운 시기도 있었지만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 저는 호주에서의 삶에 만족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지내고 있어요.

처음과 마찬가지로 아직까지도 가장 힘든 점은 언어입니다. 아마 평생 힘들 거 같아요. ㅠㅠ


2015년 호주에 처음 왔을 당시 도서관에서 영어를 가르치시던 선생님을 만났는데

그 해를 마지막으로 선생님은 도서관에서 가르치는 일을 그만두셨어요.

하지만 저는 일주일에 한 번씩 개인적으로 선생님을 만나 영어를 공부하게 됐고 현재까지 제 일상에서 가장 큰 행복을 주는 루틴이 되었습니다.

선생님과 제가 이렇게 오랫동안 꾸준히 만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문학과 미술이라는 공통 관심사 때문이라 생각되요.


수업 초창기에 선생님은 제게 호주 시인의 유명한 시를 알려주셨어요.

도로시아 맥켈러(Dorothea Mackellar, 1885-1968)의 <My Country>라는 작품입니다.

맥켈러가 학업을 위해 런던으로 떠났다가 심한 향수병에 걸려 완성한 시라고 해요.

그녀가 스물두 살에 발표한 이 작품은 오늘날 호주에서 가장 유명하고 많이 암송 되는 시이기도 합니다.

처음 이 시를 배울 무렵에 호주를 묘사한 이 시가 마음에 와닿지 않아 공감하기 어려웠어요.

호주에 온 지 얼마 안 되기도 했지만 서울에서 나고 자란 저는 태생적으로 이 시의 정서와 맞닿을 수 없었죠.


I love a sunburnt country,

A land of sweeping plains,

Of ragged mountain ranges,

Of droughts and flooding rains.

I love her far horizons,

I love her jewel-sea,

Her beauty and her terror

The wide brown land for me!


<My Country> 중에서 제게 의미 있는 텍스트를 꼽자면 첫 행(I love a sunburnt country)과 마지막 행(The wide brown land for me)입니다.

작가 빌 브라이슨(Bill Bryson)의 호주 여행기의 제목 <In a Sunburned Country>도 바로 이 연의 첫 번째 행에서 비롯되었어요(국내에는 ‘빌 브라이슨의 대단한 호주 여행기’로 출판됐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캔버라의 국립 수목원(National Arboretum Canberra)에 가면 <Wide Brown Land>라는 텍스트 조형물을 볼 수 있어요.

호주에서 활동하는 뉴질랜드 태생의 조각가 마커스 태튼(Marcus Tatton)이 맥켈러의 손글씨를 본떠 2011년에 만든 작품입니다.


호주(a sunburnt country=wide brown land)를 상징하는 이 두 행은 호주인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친숙한 구절이겠지만

아직까지도 이 시에서 묘사하는 아름답고 광활한 호주의 풍경이 낯선 제게는 (제가) 이방인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조금은 서글픈 생각이 들게 하는 그런 텍스트입니다.

영어를 배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단어들이기도 하고요.


이번에 작가님께 보내 드리려고 이 시를 다시 찾아 읽어보니 옛 생각이 많이 나네요.

참고로 시 전문과 <Wide Brown Land> 조형물에 대한 링크를 공유합니다.


https://www.dorotheamackellar.com.au/my-country/

https://www.facebook.com/NationalArboretumCanberra/posts/unesco-has-included-dorothea-mackellars-manuscript-of-the-poem-my-country-in-the/1276363165732871/

http://marcustatton.com/portfolio-item/wide-brown-land-2011/



이렇게나마 연결될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길 :)


김ㅇㅇ 드림




2022년 3월 29일 오전 8:18

Yulim Song <yulimsong@gmail.com>

받는사람: ----- Kim <n---------@gmail.com>



답장 감사드려요.

디테일한 설명과 링크들도 감사합니다.

지난번 메일 주신 이후에 링크되어 있는 웹 페이지들도 둘러보았는데 호주에서도 열심히 지내고 계신 것 같아 반가웠어요.


문화와 언어 그리고 자연환경이 다르니 가지고 있는 정서 또한 다르지 않을까 막연히 짐작해 봅니다.

시인이 표현하고자 하는 정서를 완전히 이해하기는 어렵겠지만 어렴풋이 호주의 대자연을 느낄 수는 있을 것 같아요.

조형물도 시인의 손글씨를 본떠 만들었다고 하니 저도 작업을 제작할 때 좋은 참고 자료가 될 것 같네요.


작업은 보내주신 자료들을 토대로 천천히 진행하려고 합니다.

작업에 앞서 도로시아 맥켈러(Dorothea Mackellar, 1885-1968)의 <My Country>라는 작품도 찬찬히 음미해 보고

빌 브라이슨의 책도 참고해 보겠습니다.

덕분에 좋은 시인과 미술작가도 알게 되어 즐겁네요.

또 문화와 예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분이 영어 선생님이자 친구라니 부럽기도 하고요.


작업이 어느 정도 진행이 되면 또 연락드릴게요.

즐거운 하루하루 보내시길 바래요.


송유림 드림




2022년 7월 19일 오후 7:07

Yulim Song <yulimsong@gmail.com>

받는사람: ----- Kim <n---------@gmail.com>



김ㅇㅇ 선생님께


잘 지내고 계시지요?

한국은 이제 여름 날씨답게 많이 더워졌어요.

호주는 겨울이니 추울 것이라고 추측만 해 봅니다.


다름이 아니라,

작품이 마무리되었다는 소식 전해 드립니다.

보내드릴 주소와 전화번호를 여쭙지 않았더군요.

받으실 주소와 만일을 대비한 연락처를 남겨주시면 곧 발송해 드리겠습니다.


작품에 대한 설명이나 이미지는 최대한 자제하기로 하고 '발송 준비' 소식만 전합니다.

받으신 후에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마저 나누어도 좋을 것 같아서요.


그럼, 답신 남겨 주세요.

감사합니다.


송유림 드림




2022년 7월 19일 오후 10:34

----- Kim <n---------@gmail.com>

받는사람: Yulim Song <yulimsong@gmail.com>



작가님,

작품이 마무리 되었다니 제가 다 설레네요. :)

주소와 연락처를 남깁니다.


------Kim

---- ---, 102 S----- ------

--------- ACT 2912

Australia


+61 --- --- ---


더운 날 건강 유의하세요.

김ㅇㅇ 드림




2022년 7월 26일 오후 4:33

----- Kim <n---------@gmail.com>

받는사람: Yulim Song <yulimsong@gmail.com>



작가님 작품 잘 받았습니다.

너무 아름다워요!

이렇게 귀한 선물 보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곁에 두고 항상 예쁜 마음으로 살겠습니다. :)




2022년 7월 26일 오후 5:52

Yulim Song <yulimsong@gmail.com>

받는사람: ----- Kim <n---------@gmail.com>



잘 받으셨다니 다행이에요.

마음에 드신다니 정말 기뻐요. 제가 더 감사드려요.

종종 또 연락 드릴게요.

즐겁게 지내시길 바라요.


송유림 드림